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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와르AU이기 때문에 원작의 테조로와는 조금 다릅니다.

 

 

평소와 같은 하루였다. 아침잠이 많았지만 일찍 오는 손님들 덕에 눈을 뜨고 나와야겠다. 혼자서 살기엔 조금은 큰 집, 원래를 누나와 둘이서 살았는데 일 때문에 출장을 갔다가 마피아들의 싸움에 휘말려 얼마 전 세상을 떠났다.

집에 자주 들어오는 건 아니었지만 가끔이라도 누나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너무나도 컸다.

비몽사몽 한 상태도 대충 골라 나름 깔끔하게 옷을 입고 어젯밤에 감은 덕에 엉망이 된 머리카락을 물로 쓸어 넘겼다.

기지개를 켜면서 집과 연결되어있는 일터로 이어 나왔다. 문을 열자 향긋한 꽃향기에 웃으며 벌써 문 앞에 앉아 기다리고 있는 손님을 위해 빠르게 달려가 문을 열었다.

겨울이라 추울 텐데… 죄송한 마음에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안녕… 하세요?”

“…….”

“어라. 자는 건가…….”

 

이렇게 추운 날,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는데 왜 대답이 없지…. 하고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살짝 흔들었는데 몸이 옆으로 넘어가 바닥으로 쓰러졌다. 제 잘못인가 싶어 주변을 둘러보고 몸을 흔들어 깨우려다 머리에 다친 상처를 보고 남자는 자신보다 덩치가 큰 쓰러진 남자를 겨우 일으켜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무거운 몸을 겨우 움직여 가게에서 다시 방안으로 데려갔다.

방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방까진 들어가기에 힘들어 거실에 눕혔다. 머리에 상처 외엔 다른 곳은 다친 곳이 없어 보인다. 일단 불편해 보이는 입고 있던 정장 마이를 벗겼다. 구급상자를 가져와 엉성하게 솜에 약을 묻히다가 쏟고, 약에 축축이 젖은 솜을 상처 부위에 처발라 마른 솜으로 흐른 약을 살짝 닦아냈다. 손부채 질을 하면서 약을 말리고 대충 반창고를 붙어 마무리한다. 누나가 있었다면 치료를 잘 했을 텐데. 코끝이 찡해져 빠르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불을 꺼내와 하나를 덮으려니 제 몸보다 큰 사람이라 팔과 다리가 이불 밖으로 나오기에 결국엔 여러 개를 꺼내와 덮어주다가 급하게 단골손님의 목소리가 가게 쪽에서 들려와 이불을 던지면서 밖으로 나간다.

급하게 뛰어가는 소리와 이불을 얼굴에 맞은 남자, 길드 테조로는 잠에서 깼다. 눈 앞을 가리고 있는 이불을 손으로 잡고 옆으로 치워버리고 바로 보이는 처음 보는 천장을 보다가 무슨 일인가 싶어 주변을 둘러본다. 조그마한 집. 향긋한 꽃향기에 아픈 머리를 만지는데 다친 머리가 반창고 하나를 붙이는 것으로 치료되어있는걸 알고 몸을 일으켰다. 몇 개의 이불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하고 바닥에 제 옷이 밟히는 것도 모른 체 눈앞에 보이는 가게 쪽으로 걸어갔다.

 

“안녕히 가세요!”

 

단골손님을 보내고 아까 쓰러진 남자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급히 몸을 돌렸다. 남자가 아직도 깨어나지 않았을 경우를 대비해 병원에 연락하자고 생각을 하다가 눈앞에 서 있는 얼굴을 보고는 놀라서 소릴 지르며 빠르게 뒷걸음질 치다가 바닥에 있던 물뿌리개를 밟고 미끄러져 넘어져 물뿌리개의 물이 옷으로 튀어 뒤로 몇 걸음 뒷걸음질 쳤다.

만화 같은 상황에 어이가 없어 저 때문에 넘어진 남자를 보고 일단 일으켜주며 정신을 차리라고 뺨을 때리고 정신을 차린 남자는 테조로를 보고 또 놀라 팔을 허우적대며 테조로를 때리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다.

 

“죄송합니다… 갑자기 얼굴이 보여서…….”

 

마주 보고 있자 테조로는 남자의 얼굴을 자세하게 볼 수가 있었다. 어디서 누구한테 맞은 건지 꽃가게 일을 한다는 사람과는 어울리지 않은 멍든 얼굴이었다. 그 멍든 얼굴에서 느껴지는 익숙함.

 

“그런데 어디서 보지 않았나?”

“네? 저는…”

“그런가.”

 

어디서 봤지 하고 테조로가 고민을 하는 동안 손님이 오고 남자는 손님 쪽으로 뛰어가다가 그 앞에서 넘어지려는 걸 뒤에서 잡아준 덕에 넘어지지 않았다. 바보같이 웃으며 제 머리를 긁적이는 행동을 하는 남자를 바닥에 툭 던지고는 가게 안쪽에 있는 방으로 들어갔고 앓는 소리를 내면서 손님의 부축에 몸을 일으킨다.

 

 

 

손님이 가고 나서 남자는 테조로와 함께 이야기를 시작했다. 자기소개하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어디서 들은 성이더라 하고 생각하다가 예전, 자신의 동료와 같은 성을 가졌다는 걸 알았다. 다른 조직과 구역에 대해 싸우던 중, 테조로에게로 날아온 총알을 대신 받고 죽어버린 그녀와.

그녀에겐 남동생이 있었고 현재는 그 남동생은 마피아와는 전혀 관련이 없고 누나가 마피아인 걸 전혀 모른다고 했었다. 항상 제 동생을 생각했었고 그녀가 자신의 남동생을 부를 때 이렇게 불렀다. 마이.

 

“스텔라.”

“네. …네?”

“아니. 갑자기 떠오른 단어라.”

“우리 누나가 저를 항상 스텔라라고 불러줬어요.”

 

바보같이 웃는 그의 얼굴에서 테조로는 떠올랐다.

자신이 힘이 없을 적, 사랑하는 여자를 다른 마피아 조직의 보스에게 빼앗겼고, 그 여자는 얼마 안 있다 죽었다는 소식. 테조로는 그 조직에 복수하기 위해 자신의 동료를 모았고 힘을 길러 지금의 보스가 되었다.

 

“저기… 괜찮아요? 안색이 안 좋아요.”

“신경 쓰지 마라. 그리고 내 앞에선 웃지”

“아, 손님 왔나 봐요. 푹 쉬세요!”

 

안색이 안 좋아 보였지만 괜찮다는 말에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났다. 밖에서 들리는 어린 여자아이의 목소리. 나가보지 않아도 짐작이 되었다. 웃으면서 테조로에게 쉬라고 손님을 맞이하러 나간다.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자고 제 다친 머리를 부여잡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향긋한 꽃향기가 점점 지겹다고 느껴질 때쯤, 가게 밖에서 들리는 우당탕 소리와 이어지는 날카로운 소리. 아이가 우는 소리가 이어지자 자리에서 일어난 테조로는 가게로 통하는 문 쪽으로 다가가 쭈그려 앉아 가게 안 상황을 지켜봤다.

까만 정장을 입은 남자 두 명이 가게주인에게 돈을 내놓으라고 화를 내고 있었다. 슈트 소매에 달린 별 모양의 소매단추모양을 보고 눈썹을 들썩였다. 얼굴에 난 상처는 저것 때문이었을까. 싫다면서 반항하니 어린아이를 인질로 잡아 협박까지 한다. 내가 나서야 하나. 몸을 일으키니 남자는 어린아이를 놓아달라며 제 부하들에게 달려들었다. 여자아이를 붙잡아 떼어내는 데 성공하지만 대신 주먹으로 얼굴을 맞고 나뒹굴렷다. 어째서 얼굴에 멍이 가득했나 하고 보니 저렇게 된 것이라는걸 알고는 문을 열고 나갔다.

다가오는 소리에 누구냐고 소리를 지르던 조직원은 테조로라는걸 알고 놀라서 주저앉거나 덜덜 떨고 있었다. 여자아이의 울음소리. 얼굴과 배를 맞다 피를 바닥에 토하며 여자아이의 눈을 손바닥으로 가려 괜찮다고 달래주는 남자.

테조로는 자신의 이름을 말하려는 부하들을 턱짓으로 가리켰고 놀라서 둘은 도망친다.

자신을 구해준 동료의 남동생이자 자신을 또 도와준 남자. 조직으로 돌아가면 이 가게는 그랑 테조로, 길드 테조로의 보호를 받겠지.

그전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혹시 모를 방금과 같은 상황에, 자신의 부하, 또는 다른 조직의 녀석들이 이곳으로 찾아와 행패를 부릴지도 모른다. 남자는 옆에 있던 수건으로 제 몸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 호스를 이용해 바닥에 고인 피를 물로 뿌려 없앴다.

여전히 제 손에 가려진 여자아이의 눈을 겨우 떼고 나서야 아이를 안고 몸을 일으켰다. 다른 한 손은 호스를 바닥으로 던져놓고 늘 아이가 사가던 꽃을 품아 안겨주면서 밖으로 나왔다.

 

“미안. 무서웠지? 오늘은 그냥 선물로 줄 테니까 집에 돌아가야 될 것 같아.”

“괜찮아요?”

“응.”

 

머리를 쓰다듬고 손을 흔들며 집으로 걸어가는 아이를 보고 웃었다. 그리고 겨우 참았다는 듯 뒤로 넘어가는 남자를 붙잡았다.

 

“아파라…. 감사합니다.”

“너 말이야.”

“네?”

“…아니. 됐다. 안으로 들어가지.”

 

테조로의 말에 웃으면서 따라 들어갔다.

바로 방으로 들어가는 테조로와 다르게 남자는 가게 안을 수습하면서 정리를 시작했다. 배가 욱신거리고 아프다. 머리인지 눈앞인지 흔들린다. 제 손을 이마에 얹어 참아보자고 입술을 깨물었다. 찢어진 것인지 이가 닿자 아파서 훌쩍였다. 아프니까 얼마 전에 하늘나라로 간 제 누나를 떠올린다. 출장을 갔다가 오던 중 마피아들의 총에 맞고 죽었다고 했었다. 그리고 꽃가게를 시작하며 마피아가 찾아와 돈을 달라며 협박을 하고 때리고 가게를 부수고…. 남자는 깨진 화분을 정리하면서 손바닥에 날카로운 부분에 찔렸다. 피가 나는 건 아니지만 아프다.

 

“누나… 나 너무 아파…….”

 

테조로가 들을까 봐 작게 중얼거리면서 울었고 테조로는 그저 그 말을 듣기만 했다.

 

 

 

정리가 끝나고 나니 밖은 어두워졌고, 남자는 가게의 문단속을 하고 들어와 누웠다. 옷 갈아입어야 하는데. 씻어야 하는데 배고프다. 졸려.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면서 행동으로 하지 않는 남자를 보며 테조로는 내려다보았다.

중얼중얼하던 목소리는 점점 줄어들어 눈도 감기면서 아픈 몸을 옆으로 돌려 누워버리는 남자를. 다리를 쭈그려 얼굴을 보았다. 제법 누나와 닮은 얼굴이 보인다. 남자와는 다르게 겁도 없고 저보다 덩치가 큰 남자들보다 더 제 몫 이상을 해내던 그녀였다. 대화를 나누면 언제나 자기 동생만을 걱정하고 동생과 이야기만 하던 그녀.

언젠가 동생을 위해 마피아는 그만둘 거라고 말해 몇 번이나 붙잡았는지. 차라리 그때 동생과 살 수 있게 해줬어야 했나 싶었다.

자면서도 제 누나를 찾는 덩치만 크고 나이만 먹은 남자의 머리카락을 쓸어넘겨졌다. 찢어진 입술과 눈엔 벌써 푸른 멍이 들었다.

구급상자를 찾아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까 자신을 치료할 때 쓰던 것이 있을 터. 자신이 덮고 있던 이불 아래에 엉망진창이 된 구급상자를 대충 챙겨 약을 꺼내 솜에 묻혀 자연스럽게 치료를 시작했다.

지금이야 보스니까 고용한 의사가 치료를 해주겠지만, 과거엔 혼자서 저 자신을 치료하던 때가 있었다. 테조로는 자꾸 옆으로 몸을 돌리려는 남자의 몸을 바로 눕혀 치료를 해주었다. 조금 전의 일과 같은 일이 반복되면 안 된다. 아까도 말했듯이 다른 녀석들이 또 찾아올지도 모른다. 어쩌면 겁먹은 녀석들이 이곳에 대해 발설해 다른 조직에서 찾아올지도 모르니 당분간은 옆에서 지켜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 앞에선 안 웃었으면 좋겠다만…….”

 

검지로 이마 중앙을 꾸우욱 누르면서 화풀이를 하는 테조로의 행동에 눈썹을 움직이며 괴로워하는 남자를 보면서 테조로는 씩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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