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캐붕주의
*조금 잔인할... 수도 있습니다. 아기토끼 여러분들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보시거나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너는 왜 항상 칼만 써?"

 

그녀와 함께 일을 나갔을 때, 처음으로 한 말이었다. 보통의 사람들이라면,총을 쓰는 일이 많았다. 가까이 접근해야하는 경우에만 칼을 사용했지 요즈음 칼을 주로 사용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오토야는 그 중 한 사람이었다. 뭐라고 대답을 해야할까 고민하던 오토야는 칼을 사용하는 쪽이 편하다고 답했다. 그녀는 조금 놀란표정이었다. 총도 사용할 줄 알지만. 오토야는 말을 덧붙였다. 딱히 그가 칼을 사용하는 이유에는 글쎄, 칼로 사람을 난도질하는 느낌이 좋았고 ㅡ 이걸 말했다면 아마 이상하게 쳐다봤을거다 ㅡ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 예를들면 오토야는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손가락을 잘라 밖으로 버리거나 혀를 잘라 시체 옆에 나두는 등의 행동을 하곤했다. 나름 표시를 하는 것이었다.
어쨌든 그녀와의 대화는 그게 처음이었다. 그런데 질문했는 그녀는 어째 칼도 쓰고싶어하는 눈치였다. 어떻게 하면되는지, 알려줄까? 저도 모르게 말이 나와버렸다. 그녀는 무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잠시 시선이 마주쳤다가 그녀가 먼저 고개를 숙였다. 아쉽다. 예쁜 눈이었는데.


"아니,그냥... 나도 위험한 상황이 가끔 오니까, 알아두면 나쁜 건 없다고 생각해서...  ...피를 안 보고는 못 끝내지?"
"있어. 칼날으로 말고 칼손잡이 부분으로... 급소,그러니까 명치나 인중같은 곳, 거길 쎄개 때리면 상대가 기절할걸? 잠깐 시간을 버는거라면 목을 쳐도 괜찮은거고. 근데, 그런 방법보다는 그냥 찌르는 게 더..."
"...나 피를 못 봐서 그런거야." 

 

그녀가 급소를 찌른다고해서 과연 상대가 기절할지는 의문이지만. 그녀는 보통의 여자들보다 조금 작은 체구였다. 키도 조금 작았고, 가느다란 몸은 사람을 치기는 커녕 지나가는 사람에게도 치일 것만 같았다. 그런 그녀가 사람을 친다면 상대방의 화만 더 돋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피를 못 봐? 그럼 여기 들어온건..."
"너처럼 치고 찌르는게 아니라.... 잠깐 시선을 돌리는 거,이걸 뭐라고 하더라... 서포트? 맞나?"

 

딱히 큰 역할은 아니지만 ㅡ아닌가?ㅡ, 그녀는 나름대로 제 역할을 하고있었다.


*

 

힘없이 뒤로 고꾸라진 남자가 거친 숨을 내쉬며 꿈틀거렸다. 남자는 여러 번 찔렸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목숨줄이 끊기지 않았다. 쓸데없이 끈질기네. 오토야는 무릎을 굽혀 남자와 눈높이를 맞췄다.


"아저씨, 엄청 끈질기네.... 난 아저씨처럼 쓸데없이 끈질진 사람보다는 쉽게 잘 죽는 사람을 좋아하는데."

 

남자의 상처부위를 손가락으로 꾸욱, 누르자 비명이 들려왔다. 들려오는 비명이 듣기 좋았다. 허리춤에 찬 칼을 만지작거렸다. 칼로 쑤셔볼까? 지금도 피가 넘쳐흐르는 상처를, 더 피가 나게... 살과 피가 넘쳐 물컹하고도 끈적한 느낌도 좋은데. 어느 새 정신을 차려보니 칼로 상처를 쑤시고있었다. 찌걱거리는 소리가 마음에 든다. 비릿한 피냄새가 점점 더 진해져온다.


"야! 너 왜이렇게 늦어? 다 끝난.....엥?"


힘차게 문을 열며 화난 표정의 그녀가 들어왔다. 그녀는 토끼눈으로 쓰러진 남자를 한 번,오토야를 한 번 쳐다보았다. 손과 칼 ㅡ 그래봤자 까만 장갑을 끼고있어서 잘 보이지도 않겠지만 ㅡ 에 잔뜩 묻은 피에 그녀는 잠깐 굳은 얼굴이 되었다가 오토야쪽으로 다가왔다.

 

"이 사람 없어진 거,눈치챈 거 같아. 빨리 나가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아래층에 있던 그녀가 급하게 올라온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남자가 없어진 걸 알아챈 사람들이 남자를 찾기 시작했다. 요루미는 조용히 윗층으로 향해 오토야를 찾았다. 칼에도 잔뜩 묻은 피가 보기싫었지만 그녀는 꾸욱 참고 오토야에게 다가갔다.


"빨리 나가자. 사람들, 오고있어."


그녀는 다급하게 그의 손을 잡았다. 새빨갛게 물들어오는 손이었음에도,그녀는 그의 손을 잡았다. 그는 그녀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