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래의 왕자님 All Star 미카제 아이 루트 네타가 있습니다.
아이는 스케줄이 끝나고 약속 장소 근처 카페에 앉아 있었다. 그가 잡고 있는 서류 위에는 후배인 나나미 하루카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아이는 홍차를 한 모금 마시고 서류를 찬찬히 훑어보았다. 네 달 후에 새로 발표하게 될 신곡이었다. 그녀가 작곡한 곡을 작년에 불렀으니 반년하고도 3시간 21분 10초가 더 지났다. 샤이닝 사오토메가 기획한 가요 페스티벌에 맞춰서 발표하기로 이야기가 되었다. 그것이 일주일 전이었다. 아이는 지금이 시작하기에 가장 적절한 시기라고 판단했다. 링고가 건네준 이 파일에는 하루카의 최근 작곡 경향과 곡의 샘플, 그녀의 앞으로 네 달 동안의 기본 스케줄이 적혀 있었다. 확인 결과 두 달은 작곡 의뢰로 스케줄이 차있었다. 그것을 배려해서 두 달 후에 시작하는 것은 위험한 선택이었다. 신곡을 보다 완벽하게 만들어내기 위해선 오히려 지금부터 시작하는 편이 나았다. 아이는 오늘 오전에 하루카와 했던 회의 기록을 살펴보았다. 이번에도 그는 러브송을 선택했다. 다만 대상이 달랐다.
핸드폰 알림이 울렸다. 확인해보니 비파로부터 온 메시지였다. 10분 후면 약속 장소에 도착할 거라고 했다. 약속 시간은 15시였으며 지금은 14시 45분 41초였다. 지금 나가면 딱 맞게 도착하겠다고 아이는 서류를 파일철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약속 장소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비파가 나타났다. 비파는 앞머리와 옷매무새가 조금 흐트러져 있었고 숨도 그랬다. 아이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왜 이렇게 달려왔어? 늦을 것 같으면 연락하면 되잖아.”
“그게.”
“일단 심호흡하고 말해.” 비파는 등을 곧게 펴고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가 내쉬었다. 몇 번 반복하고 나니 점점 안정을 되찾아갔다. 아이는 그녀의 앞머리로 손을 가져갔다. 머리카락이 손을 스쳐가는 감각이 가슴에 와서 닿았다. 아이는 따스함을 담아 조금 웃었다가 한숨을 뱉었다.
“대체 얼마나 달렸기에 이렇게 숨이 찬 거야?” “아마 20분은 달렸을 거예요.” “다리는? 근육이 팽창된 느낌이 들지는 않아?” “괜찮아요.”
털실로 만든 니트 코트의 옷깃도 잘 여민 후에 그는 비파를 끌어안았다. 너무 힘을 주지 않도록 파워 시스템을 유하게 조정했다.
“비파는 안 그래도 체력이 별로 좋지 않잖아. 몸도 나보다 훨씬 약하고. 그러니까 조심해. 내가 옆에 없을 땐 지켜줄 수가 없잖아.” “알았어요. 고마워요. 항상 걱정만 끼치네요.”
“내가 걱정하는 거야 당연하지. 난 비파의 연인인걸.” “그건 그렇네요.”
아이는 비파의 머리 위에 얼굴을 묻었다. 비파는 살짝 웃었다. 그는 다시 한 번 한숨을 뱉었는데 그건 안도에 가까웠다. 비파는 그를 마주 안고 품에 얼굴을 묻었다. 그녀가 따뜻할 수 있도록 그는 적정 온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여름이면 온도를 다시 내리곤 했다. 비파는 이 배려가 사귀기 전에는 없었던 것임을 떠올리고 그의 변화에 가슴께가 간지러웠다.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아이에게서 조금 떨어져서 확인해보니 기다리던 메시지였다.
[오늘은 신주쿠 공원에 갔었어요. 지금은 집이에요.]
[전 저녁 여섯시 이후에 돌아가게 될 거예요.]
알았다는 답변을 받고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아이에게 오늘은 어디를 가면 좋을지 물었다. 그는 전부터 같이 가고 싶은 디저트 가게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곳에선 자기들만의 특제 레시피를 개발하여 디저트를 만들고 있다며 비파와 반드시 가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했다.
“어떤 디저트가 있어요?”
“기본적으로 쿠키류와 젤리류를 취급하는 가게야. 인터넷을 통해서 조사해본 바로는 특히 푸딩이나 젤리류를 간판으로 내놓는 모양이야.”
“확실히 아이가 관심을 가질 만 하네요.”
그렇게 말하고 조금 웃었다. 아이가 조금 불만 어린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 어린 아이 취급하지 말라고 하였다. 비파는 고개를 저었다.
“저번에 마린젤리를 먹을 때 아이가 생각나서 그랬어요. 매번 새로운 걸 접할 때마다 그렇지만 그 안에 설탕 과자 같은 것들에 대해서 어떻게 먹는 건지도 물어보고 그랬잖아요.”
“형태를 아무리 봐도 조개와 불가사리로 보였기 때문이야.”
“알아요. 아이가 말해줬잖아요.” 비파는 즐거운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라서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아이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같이 웃었다.
저녁 여섯시 이후, 데이트를 마치고 아이와 헤어진 후 비파는 집으로 향했다. 집은 도심 외곽으로부터도 조금 벗어난 곳에 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곧장 골목으로 들어섰다. 선명하게 울리던 굽 소리는 어느 순간 액체를 밟는 질척한 소리로 변했다. 골목은 점점 좁아졌고 그럼에도 비파는 멈추지 않았다. 그녀의 옆으로 검은 양복을 입은 여자가 나타났다. 부하였다.
“일은 잘 해결 됐어?” “물론입니다. 깔끔하게 처리했습니다.”
“시체는?”
“기자는 아스팔트 혼합물에 녹여서 발라버렸습니다. 카메라맨은 이 앞 골목으로 들어가시면 바로 보일 겁니다.”
“수고했어.”
부하가 말한 대로 더욱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그녀는 발을 멈췄다. 발 앞에 바로 피 웅덩이가 있었다. 그녀는 그 안에 쓰러져 있는 남자를 내려다보면서 윗입술을 핥았다.
“그러게 아이는 건드리지 말았어야지.”